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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아도 눈 앞에 있잖아요   -13-

작성일 2023.11.30 조회수 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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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검연대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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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아도 눈 앞에 있잖아요   -13-

말 많은 바퀴벌레:닥쳐라. 그것만 해도 엄청난 표절작가다.
킬리군:......어라, 바퀴벌레가 말을 하네?
말 많은 바퀴벌레:....?!@$#%$%$
킬리군:...(훗, 한방 먹었군...)
"사실 충고 하려고 데려온 건데."
동시에, 들려오는 놈의 목소리에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놈은 여전히 캠코더에 눈을 박은 채로, 이쪽은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뭐, 이 여자랑 이사장이 그저 그런 사이가 아니라면서?"

보이지 않아도 눈 앞에 있잖아요   -13-


나는 주위를 살짝 둘러 보았다. 저건…
"강용현 너, 이사장에게 무슨 쓸데없는 소리 했다가는 이 테이프, 그대로 전교에 뿌려버릴 테니까 이상한 생각 하지 마라. 사고 싶으면 찾아와. 3학년 A반의 히데키…"
파아악!
그렇게 내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캠코더에만 눈을 갖다댄 채 지껄이는 '히데키'라는 녀석을 무시하고서, 나는 손에 들었던 장대(높이뛰기에 쓰는 봉)로 '카즈(인지 키네인지)'의 머리를 힘껏 쳤다.
"…악!"
나란히 서 있던 카즈와 키네는, 보기 좋게 장대에 머리를 맞고서, 그대로 쓰러져…
"이…"
뒤쪽에 있던 '키네(인지 카즈인지)'는 별로 충격이 없었던지, 바로 몸을 돌려 나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퍽!
골이 띵했다. 왼쪽 눈 근처를 직격으로 맞았다. 이 자식은, 제법 힘 깨나 쓰는 놈인 것 같았다. 하지만, 이대로 쓰러지면 안된다.
부웅!
그대로, 양손으로 봉을 잡아 허리를 돌려, 놈의 목을 친다.
"…껙!"
둔탁한 소리가 나면서, 놈은 그대로 쓰러진다. 엎어진 채로, 골골, 소리를 내었다.
"…"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아까의 충격으로 눈쪽에 무엇인가가 불거져 나온 것 같았다.
"이 자식이…?"
파악!
옆구리에 강한 충격이 전해져 온다. 마찬가지로, 장대 같은 걸로 내 옆구리를 쑤신 것 같았다. 빌어먹을, 누구냐… 숨이 막히는 고통을 견뎌가며 앞을 보니, 겁에 질린 듯한 타로가 선배의 양 다리를 잡은 채로, 가만히 있었다.
"꺼져…!"
나는 허리를 찌른 히데키 쪽은 보지도 않고, 타로에게 장대를 휘둘렀다. 허나 그것은 캉, 하고 타로의 바로 옆에 있는 체육기재를 맞추었다.
"…히이익!"
"꺼져! 선배한테서 떨어져! 더러운 놈!"
파악!
"쿨럭…"
다시 등짝에 전해져 오는 고통. 히데키 놈이 계속 치고 있다. 아프다.
"히, 히데! 어떡하지?"
"멍청아, 보고만 있지 말고 너도 빨리 쳐!"
"아, 알았…!"
혼신의 힘을 다해, 장대를 다시 타로에게 휘둘렀다. 하지만 눈이 잘 보이지 않기에, 정확히 노려지지 않은 장대는 다시 타로의 옆을 치고 말았다.
카라랑!
"흐, 흐악!"
"꺼지란 말이야아―! 죽고 싶어?!"
앞 뒤 생각 없이 마구 휘둘렀다.
카랑, 카랑!
"히, 히히, 히데! 저 자식 미쳤어…! 나, 나 먼저 간다…!"
타로는 그대로 선배를 놓고 장대를 피해 엉금엉금, 기어서 돌아나왔다.
"…더러운 자식…!"
나는 그대로 장대를 내리쳤다.
파아악!
"끄아아악!"
타로가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후에 생각해 보면 그건 엄살인 것 같았다.)그대로 엎어졌다.
"…"
남은 것은, 히데키…
따악!
머리가 헤롱거린다. 머리를… 맞았다…
따끈거리는 것이… 흘렀다….
"…"
사물이 두 개로 보였다. 아니, 형체도 잘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은… 하얀 매트리스… 위의… 누워있는 선배의…
"키즈…"
나… 안심해…라는 말은,
"죽어!"
거의 울부짖으며 나의 허리를 다시금 갈긴 히데키 때문에, '헉' 으로 변해버려 하지 못했지만,
선배의… 차가운 눈동자…
보일리도 없는 그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순간 나를 바라본 것 처럼 느꼈다.
마치, 눈이 정상인 사람이 상대방과 눈을 맞추듯이…
내가 거기 있는 것을 아는 것처럼….
"…"
갑자기 느꼈다.
그것은 나에게 내재하고 있던 이의의 논리가 전개되지도 못할 만큼의, 순식간의 감정.
부정할 시간조차 없이.
나는, 이 사람을 좋아한다, 라고.
정말로 좋아하고 있다, 라고.
퍼억!
또다시 날아드는 히데키의 장대가 나의 옆구리를 쳤음에도,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섹스가 끝난 직후, 내가 그녀에게 냉담할 이유는 없었다.
나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진심으로 사과하면 선배가 그것에 용서를 하고, 전처럼 지낼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용서하고, 나를 받아들이려는 선배에게 미안한 감정이 오히려 역으로 드러난 것이다. 내가 선배를 안심시키지 못했다. 당한 선배가 먼저 용서하는 최저의 남자다라는 생각이. 의도적으로 선배를 나에게서 떨어뜨리려고 한 것인지도 몰랐다.
"왜 안 쓰러져! 왜!"
퍼억! 퍽!
인정할수 없었던 것이다. 선배가 나같은 놈에게, 충동적인 본능에 휩쓸리는 더러운 놈에게 맡겨진다는 것을. 그녀가 동경하고 있는 감정을 말살시켜버리는 놈에게 맡겨진다는 것을. 두려웠던 것이다. 그렇게 또다시, 보이지 않는 눈으로 단지 꿈을 보고 있는 그녀를. 상처 입힐지도 모른다는 것이.
파작!
그래서 뻔히 보이는 타로의 유인에 말려들어간 것도, 그녀에 대한 생각으로. 선배가 걱정이 되어서. 키즈나가 상처입을까 두려워서.
"독한 자식…!"
만약 그것을 무시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우리가 사귀어서…
빠악!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 처음의 감정이 허무로 바뀌어…
뻑!
정말로 소중한 사람과, 권태라는 파멸을 맞을까 그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선배를, 키즈나를 그렇게 싫어하게 되느니, 적당한 선에서 잊는 것이 낫다는…
투캉!
지금까지 선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온 것은 바로 그것에 연유한…
혼자 합리화 시켜서 그녀를 상처입혔다.
우직!
나는 눈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조금이라도 힘을 주면, 터져나올 것 같은 느낌을 간신히 삼켰다.
그리고…
무릎이 꿇려졌다. 아니, 쓰러졌다. 손에 쥐었던 장대는 떼구르르, 하고 굴러버렸다.
이러면… 안되는데…
…선배는, 더 이상 상처입으면 안 되는데…
희미해진 눈에, 히데키의 발이 정신없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안 죽였어, 안 죽였어, 놈은 정신나간 것처럼 그렇게 소리치는 것 같았다.

놈의 발 앞에, 시꺼먼 물체가 보였다.
…캠코더…
나는 손을 내밀어, 그것을 잡았다. 워낙 느린 속도로 그 행동이 이루어져서, 히데키 녀석에게 선수를 빼앗기면 어쩌지, 그런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것을 잡은 후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바람이 새어들어오고 있는 것은… 놈이 나갔다는 말이다…
더듬어 내어, 가까스로 테이프를 꺼내었다. 이 빌어먹을 것…
일단은 끝이다….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는 끈적한 액체.
'이대로 …죽나?'
'…영화같이 죽는군…'
"…죽긴 누가 죽어어!"
나는 벌떡 일어섰다. 피가 콸콸 쏟아지는 것도 아니고, 조금씩 조금씩 흐르는 것인데, 무슨 미친 소리냐. 그것도 골이 터진 것도 아닌 찰과상이다, 찰과상! 지금 내가 어지러운 건 머리를 세게 맞아서 그런 것 뿐이다!
다리가 휘청거렸다. 여전히 눈이 빙빙 돌고 있었고,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
"아…응… …"
조금씩 떨고 있는 선배에게, 휘청거리며 다가간 나는 대충 그녀의 몸에 붙어있는 녀석들의 오물을 닦아내었다.
이 상태에서 지금 선배가 가야 할 곳은… 병원. 병원. 병원. 보건실은 이미 선생이 퇴근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병원? 산부인과? 종합병원…?
"선배, 업…혀."
"으응… 하악… 요…용…"
"그래, 나야. 안심해."
표정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옆에 내가 있다는 사실만큼은 대답으로 미루어 보아, 이해한 것 같았다. 그렇지만 여전히 선배의 경련은 멈추지 않았다. 가벼운 패닉상태인가…?
나의 말을 제대로 듣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 채, 나는 그녀를 달래어, 선배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가까스로 내 등에 업혔다. 직후, 큭 하고 상체가 기울었다. 축 쳐진 선배는 그만큼 무거웠고, 무엇보다 나의 상태 역시 말할 처지가 못 되었던 것이다.
도로다. 이대로 운동장을 지나 도로까지만이라도…
한걸음 떼었다. 뒤뚱하고 상체가 기울었다. 버틸 수 있다.
한걸음. 다시 한걸음.
여기서부터 교문을 지나 도로까지의 거리를 생각하지 말자. 단지 한걸음이다. 딛고 난 다음 단지 한걸음만 더 가면 된다….
한…걸음… 만… 더….
더….
히스클리프는 맹세했다.
'캐서린, 몸은 놔줘도 영혼만은 놔줄 수 없다'고.
바보자식.
쓸데없는 데 청춘을 버리는군.
중학2 년때 제출한 독후감이었다.
당연, 호되게 꾸지람 들었다.
"다음,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은 40%의 확률로 눈 또는 비가 내리겠습니다. 모두들 우산을 잊지 마십시오. 기온은…"
몇 년동안 들은 기억이 있는 익숙한 목소리의 라디오 날씨 아줌마다. 그래, 또 비냐…?
…라니…
…여기는 어디지?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것은 하얀 천장.
내 방의 천장과는 약간 틀리다. 아니, 눈이 제대로 뜨였을 때 보니, 확실히 틀렸다. 형광등이 없다. 게다가 벽지를 바른 내 천장과는 달리, 블록이 되어 있다.
'…그럼, 뭐냐?'
나는 벌떡 일어났다
"…쿠엑!"
옆구리가 엄청나게 쑤셨다. 그대로 누워버렸다.
"아따따!"
이번엔 등이다. 등 전체에 무슨 엄청난 멍이라도 든 것 같았다.
"우-씨, 뭐냐?!"
머리를 긁적거리려니, 두툼한 무언가가 만져진다.
이건, 붕대…?
"…어라?"
새삼스럽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조그만 방, 옆에는 옷걸이-내 제복이 걸려 있었다-, 손이 닿는 바로 옆의 조그마한 책상에는 과일바구니가, 발치에는 텔레비젼이, 그리고 고개를 돌려 보니…
침대 옆의 의자에 앉아있는 키즈나 선배가, 양 손을 내가 누운 침대 한 켠에 포개놓고, 엎드려 자고 있었다.
'…'
눈에 비친 자신은, 환자복을 입고 '○병원'이라는 글이 적혀진 침대 위에 누워 있다.
'병원…?'
그러고보니… 나는 분명 쓰러졌던 것 같은데… 도대체 누가…
"스― 스―"
가벼운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는 선배. 그 얼굴엔 이미 놈들이 뿌려놓았던 자취가 없다. 언제나처럼, 깨끗하고 귀여운, 선배의 얼굴이다. 선배의 제복 역시, 말끔하게 입혀져 있다.
선배는 무사하다.
'그럼 된거잖아….'
이렇게 된 인과관계를 따지려 하니, 갑자기 머리가 아파왔다. 나는 그렇게 적당히 결론을 내리고, 다시금 잠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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