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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메리아(Armeria) - 2 -

작성일 2023.11.28 조회수 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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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검연대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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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메리아(Armeria) - 2 -

제 친구 바퀴벌레가 드디어 번식기(결혼)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그동안의 관계를 청산하고자, 놈에게 새 집을 마련해 주었...
퍽!
킬리군:아-씨. 뭐야? 바퀴벌레, 집까지 사줬더니 이젠..
바퀴벌레:그래 이 10bird끼야! 컴배트가 집이냐? 앙? 응?
킬리군:...(젠장, 눈치챘었나.)
하지만 오래된 컴배트엔 바퀴벌레가 진짜 알 깐답니다... 조심 조심 또 조심.

아르메리아(Armeria) - 2 -


몇일이 지났다.
리카스테는 몸과 마음의 안정을 되찾게 되었다.
'베리디스의 덕분이지….'
베리디스는 항상, 웃는 얼굴로, 다정스럽게 그를 간호해 주었다. 어느덧 그녀를 생각하면, 천사라는 이미지부터 먼저 떠오르는 것이었다.
사실 루이 역시 잔 간호를 한 건 사실이나, 언제나 그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듯한 그의 태도에 오히려 병이 악화되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기에, 감사의 대상에서 제외시켜 버렸다.
'나는 베리디스랑 결혼할 거야.'
녀석은 틈만 나면 리카스테의 앞에서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베리디스의 앞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냥 우물쭈물 거릴 뿐이었다. 그런 빌어먹을 성격은 그렇다 치고, 왜 처음 보는 나같은 사람에게 그런 소리를 하는 건지, 리카스테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리카스테씨, 잘 잤어요?"
숲 쪽에서 걸어오던 베리디스가 그를 발견하고 인사했다. 그녀의 손에 든 바구니에는 산딸기가 제법 담겨져 있었다. 어쩌면 저 산딸기가 내 생명의 은인일지도 모르겠군. 리카스테는 그렇게 생각하며 베리디스의 곁으로 갔다.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여,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호숫가. 그리고 그 위를 따라 올라가 보면 약간 높은 언덕에, 현재 그가 몸을 의탁하고 있는 통나무집이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닭 몇 마리가 사육되고 있고, 그 옆에는 채소밭도 있다.
'좋은 곳이야…'
처음 몸을 움직여 나와보았을 때,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 감상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루이는?"
"자고 있을걸."
"정말, 루이도 리카스테씨 반만 닮으면 좋겠네요."
베리디스는 그렇게 푸념 모를 비슷한 소릴 하고서, 리카스테와 나란히 집으로 들어갔다.
리카스테는, 자신의 어깨에 와 닿는 베리디스의 머리카락이 은은한 향기를 뿜어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봐, 너 이제 몸이 다 나은 거 아냐?"
셋이서 식탁에 앉아 수프를 뜨고 있을 때, 루이가 리카스테를 째려보면서 말했다. 둘만의 생활을 방해받기 싫다는 건가. 리카스테는 묵묵하게 수프만을 뜨고 있었다.
"루이!"
베리디스가 화난 얼굴을 하고 루이를 쳐다보았다. 루이는 순간 움츠러들었으나, 곧 말을 계속했다.
"그렇잖아. 여기 먹을 것도 많지 않은데 녀석한테 줄 게 어디있어? 게다가 얼마 안 있음 루크도 올 거 아냐?"
"루크씨라면 오히려 반겨줄거야. 너 왜 그러니?"
"아니, 나는 단지."
"네가 처음엔 어땠는지는 생각 못하는 거야? 너도 나도, 전부 은혜를 입으며 살고 있으면서 왜 그렇게 남에게 베풀려고 하지 않니?"
"우…."
루이는 인상을 팍팍 쓰더니, 곧 스푼을 놓고 일어서 나가버렸다. 조금 거칠게 닫히는 문 소리에 베리디스가 한숨을 쉬었다.
달그락, 달그락.
"죄송해요. 리카스테씨. 원래 저 아이는 다혈질이라."
달그락, 달그락.
"루크씨는 이 집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인데, 가끔씩 와요. 몇 일 있으면 올 거에요."
달그락, 달그락.
"천천히 머물다 가셔도 괜찮아요. 하느님도…."
"…지금이라도 나가줄 수 있어요."
리카스테는 스푼을 내려놓고 일어섰다.
"네, 네? 아니, 화나신 건가요?"
베리디스도 당황하여 엉거주춤 일어선다. 키가 큰 리카스테의 시야에, 베리디스의 목에 걸린 십자가 목걸이가 들어온다.
"아니, 단지."
리카스테는 몸을 돌리며, 내뱉았다.
"당신들 같이 신의 자식인 척 하는 사람들과는, 있기 싫거든."
"아…"
베리디스는 잠깐 충격을 받은 듯한 얼굴이 되어, 서 버렸다. 베리디스가 어떻든 전혀 개의치 않은 채, 리카스테는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로 주먹이 날아 들어왔다.
퍼억!
"큭…"
"루이!"
불시의 습격에 리카스테는 뒤로 넘어져 버렸다. 놀란 베리디스가 그에게 달려오는 동안, 루이는 얼떨떨해하는 리카스테에게 소리를 질렀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재잘대지 마! 베리디스의 부모님은 교회에서 이단자로 몰려 죽임을 당하셨다구! 그런 베리디스가 어째서 교회 인간 취급을 당해야 해? 나쁜 자식…!"
"그만해, 루이!"
베리디스가 악을 썼다. 그리고 넘어져 있는 리카스테를 일으키며, 그녀는 중얼거렸다. 루이에게는 물론, 리카스테에게도 들릴 정도의 크기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도…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도… 전부 다, 하느님의 뜻이었을 테니까…. 하느님께서 맡아 두신 두 분의 생명을 가져가신 거니까, 나는, 원망하지 않아…."
하느님의 뜻?
리카스테는 곱씹었다.
어머니가 마녀로 몰린 것도 하느님의 뜻이야?
어머니가 그렇게 돌아가신 것도 하느님의 뜻이야?
그런 거야?
리카스테는 천천히 일어섰다. 부축해주려는 베리디스의 팔을 뿌리친 채, 그는 자신이 묵고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뒤에서 계속 뭐라고 하는 루이의 말이나, 그것을 만류하는 베리디스의 소리가 귀에 울렸지만 한 마디도 들리지 않았다.
기억나는 것은, 베리디스가 중얼거린 말.
'하느님의 뜻이야.'
그리고 나는, 하느님의 뜻에 따라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는 건가.
리카스테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침대에 누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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