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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루전 169. 27화 신성전투(9)

작성일 2024.06.23 조회수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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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검연대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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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직한 들판에는 커다란 천막이 이곳 저곳에 임시로 쳐져 있었다. 천막은 귀족들의 것처럼 그리 고급스럽지 않고 오히려 조아해 보였다. 하지만 그 크기는 상당히 넓어서 왠만한 천막을 두세개 합쳐 놓은 것 보다도 더 커보였다. 그러한 천막이 들판에 대여섯개가 세워져 잇었다.
천막이 안은 태양으로부터 내리 쬐는 강렬한 가을의 햇빛을 어느정도 가릴수 있어서 좋았다. 태양 빛 아래에 있으면 금방이라도 살이 익어버릴 듯 했지만 약간이라도 그늘을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갈 수 만 있다면 건조한 날씨로 인해 오히려 약간의 서늘한 감마져도 느낄 수 잇었다.
하지만 지금 막사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러한 그늘이 가져다 주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듯 했다.
오히려 그들은 신음성과 더불어 깨다 기절하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로 몇몇 신관들과 치료술사들 그리고 의원들이 환자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그들의 기력을 불어 넣거나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다.
비교적 넓직한 천막안은 온통 베이고 찔리고 상처입은 사람들로 인해 꽉차보이는 듯 싶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상처를 부여 잡으며 지나가는 의원이나 신관, 그리고 치료술사들이 자신을 한번이라도 더 봐주기를 애타는 눈으로 바라보고 잇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많은 부상당한 사람들에 비해 의원과 치료술사 그리고 신관의 숫자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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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사람들 사이를 교묘히 지나가며 사람들의 상세를 살피고 있었다. 막사 안은 바깥보다 비교적 시원하고 그나마 통풍도 잘되게 끔 조절해 놨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내뿜는 열기와 질식할 것 같은 피고름 냄새 그리고 꺼져가는 생명들이 지르는 신음으로 인해 마치 지옥의 한 구덩이를 보는 듯 했다.
끊임없이 지속될 것 같던 신음과 비명소리는 문득 막사의 입구에 한사내가 들어서자 조금 잠잠해 지기 시작했다.
"아루 대장!"
누군가 힘없는 목소리로 그렇게 외쳤다. 그리고 몇몇 용병들은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움직여 막사 안으로 들어오는 사내를 조금이라도 보려고 애썼다.
얼굴의 반쯤을 가면으로 가리고 커다란 덩치들을 수하로 거느린채 천천히 환자들을 돌아보고 있는 사내 바로 그들의 총대장 아하루였다.
"그래 좀 어떤가?"
아하루가 침상 한켠에서 가슴을 칭칭 붕대로 동여매고 있는 사내를 향해 말했다. 사내가 아하루의 말에 굳이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아하루가 손을 들어 사내를 말렸다.
"아아 괜찮네. 그래 괜찮은가?"
"네 끄떡없습니다."
사내가 감격에 겨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장이라도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 한스러운 듯 사내는 안타까이 자신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는 아하루를 바라보았다.
"그래 몸조리 잘하게"
아하루가 사내에게서 시선을 돌려 그 옆의 사내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아하루 곁에 있던 하냐냐가 재빨리 사내를 살펴보곤 입을 열었다.
"제 2전대 4대대 2조 무스입니다."
아하루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사내는 얼굴 반쯤을 붕대로 감은채 팔과 다리도 고정되어 잇었다. 하냐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의원이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재 턱뼈가 부숴졌고 양팔과 다리가 골절된 상태입니다. 아마도 기병의 말에 깔린 듯 보입니다."
아하루가 다시금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뻗어 사내의 몸을 몇차례 가볍게 두드렸다.
"수고했네. 어서 낫기를 바라겠네"
사내의 몸이 조그맣게 떨리면서 눈에서는 자그마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침상위에 잇던 아르몬이 부상병들을 일일이 돌아보는 아하루를 바라보며 곁에 있는 나달에게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저 대장 의외로 괜찮은데?"
사선을 같이 넘으며 이제는 서로 친근한 사이가 된 나달이 병실을 돌아다니는 아하루를 힐끔 바라보고는 심드렁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뭐가?"
아르몬이 그런 나달을 보고는 피식 웃고는 다시금 아하루를 바라보았다.
"보라구 내 이때껏 여러 장군을 봐왔지만 직접 이런 부상병들이 모인 곳에 들어온 놈들은 한번도 못봤어. 그저 죽으면 죽었나 할 뿐이지. 하지만 저처럼 이렇게 직접 부상 병동에 일일이 돌아보는 대장이 몇이나 될 것 갔나?"
"글세? 하지만 그게 뭔 대순가?"
나달의 그런말투에 아르몬이 다시한번 피식 웃었다.
"글세 넌 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보지만 저들은 다른 것 같은데?"
나달이 아르몬의 말에 힐끔 고개를 돌렸다가 아하루와 마주친 부상자들의 표정을 읽고는 귀찮은 듯 다시금 누웠다.
"글세? 하지만 저런 것이 무슨 소용있지? 그래봐야 용병은 용병일 뿐 어차피 귀족들의 놀이감이 되다가 죽거나 아니면 길가다가 칼맞아 죽거나 할 뿐이지"
"쳇 단단히 꼬였구만?"
아르몬이 살짝 핀잔을 주고는 입을 다물었다. 어느새 아하루가 그들의 지척으로 다가오고 잇었기 때문이었다.
아하루가 아르몬 앞에 섰다. 그러자 이번엔 소르엔이 입을 열었다.
"3전대 3대대 3조 아르몬입니다."
"어깨 탈골 그리고 가슴에 심한 충격을 받았고 몇 군데 자상이 있습니다."
아하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손을 내밀었다. 아르몬이 아하루가 내민 손을 엉겹결에 잡았다. 하지만 이내 아르몬의 시선이 아하루의 뒤쪽을 바라보게 되엇고 잠시 몸이 굳어버렸다.
"수고했네. 그래 부딪친 곳은 괜찮은가?"
아르몬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재빨리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네, 다행히 부상이 깊지 않아 몇일 만 있으면 움직일 수 잇다고 하더군요."
아하루가 고개를 끄덕엿다.
"그래 다행이군. 자네 같은 창의 달인이 누워만 잇는 것은 무척이나 손실이야. 어서 일어나 자네의 그 화려한 창솜씨를 다시 보고 싶군 그래?"
아하루가 그렇게 말하고는 그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 2전대 3대대 2조 나달입니다."
"오른쪽 가슴부위에 자상, 그리고 오른쪽 허벅다리에 창상입니다."
"수고했네. 아마 자네의 그 상처는 동료를 구하다 다친 것이지?"
나달이 순간 움찔 거렸다.
"어..어떻게?"
"자네의 용기를 치하하네 적 열을 죽이는 것 보다 동료 하나를 구하는 것이 더 갚진 일이지 어쨌건 빠른 완쾌를 비네"
아하루가 그렇게 말하자 나달의 얼굴이 묘하게 변했다.
"아.."
"자네 역시 이 친구 못지 않게 창을 잘쓰는 것으로 알고 있네. 얼른 나아서 나를 도와주게나"
나달의 고개를 끄덕여졌다.
"알겟습니다."
아하루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 다음 사람에게로 자리를 옮겼다. 나달의 시선이 그런 아하루에게서 떨어질 줄 몰르다가 문득 누군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아하루의 뒤쪽에 있던 로브를 깊게 눌러쓴 사람이었다.
나달이 급히 자신의 뒤를 바라보았다. 아르몬이 그 로브를 쓴 사람이 다가오자 잔뜩 굳어 잇었다.
"전에는 친구분이 다치시더니 이번엔 본인이 다치셨네요?"
로브 안에서 황홀한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아.네..."
나달이 로브 안을 힐끔 바라보았다. 로브안의 르네가 그런 나달의 눈을 눈치챘는지 살짝 나달을 향해 미소를 지어주었다. 나달이 르네의 미소를 보고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그럼 두분 조심하세요."
"네.."
"아.."
르네가 돌처럼 굳어버린 둘을 향해 다시한번 싱긋 웃어주고는 새로운 부상병과 이야기를 나누고 잇는 아하루의 뒤를 쫓았다.
"정말 저런 여인이 존재하긴 하는구나"
나달이 그렇게 넋을 잃듯이 말했다.
"그렇지?"
아르몬이 나달의 말에 대꾸를 하고는 둘이 서로 마주 보앗다.
"쿡쿡쿡"
"크하하"
둘은 크게 소리는 내지 못했지만 웃음을 참을 수 없었는지 소리 죽여 웃기 시작했다.
"그런데 누구야?"
나달이 물었다. 아르몬이 고개를 저었다.
"글세 자세한 것은 모르겠고 저 총대장과 관계가 있는 분 같았어"
"그래? 그럼 포기해야 겟구만?"
"포기?"
아르몬이 나달의 말에 의아한 듯 물었다.
"저 여인을 첨 본 수간 반해버렸거든? 하지만 그보다 더 반한 존재가 바로 저 총대장이야. 그러니 내가 진정으로 반한 사내의 여자를 뺏을 수 없지"
"허"
아르몬이 가당치 않다는 듯이 혀를 차고는 고개를 저었다.
"뭐 자네 말이 가당치 않기는 하지만 한가지는 나와 통할 듯 하군"
나달이 아르몬을 쳐다보자 아르몬이 쑥쓰러운 듯 고개를 천장으로 돌렸다.
"사실 처음 봤을 때, 그리고 내 동생인 벨베르를 치료했을 때 맘속으로 다짐했지. 저 여인을 위해서면 내 목숨을 바치리라."
"사모하는건가?"
나달이 묻자 아르몬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사모가 아니야 경애지"
나달이 피식 웃었다.
"제군들"
아하루가 나직히 입을 열었다. 천막 안의 부상병들이 아하루의 다음말을 기다리는 듯 아하루의 입을 바라보았다. 아하루가 잠시 침을 삼키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제 우리는 겨우 첫 번째 전투를 끝마쳤습니다. 그 오만하던 기사들이 우리들의 용기와 우리들의 투지 우리들의 희생에 겁을 집어먹고 말꼬리를 돌린채 우리에게서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승리를 기뻐하지 않습니다. 그 전투로 인해 우리측의 손실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한 가족의 가장. 한 어미의 아들이 전장에서 저들의 손에 죽음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이렇게 숨을 쉬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두 번의 전투가 더 남았습니다. 그때 또 누가 어떻게 저들의 칼날에 희생당할지 모릅니다.
어쩌면 어제와 같은 운이 우리에게 돌아오지 못해 차디찬 땅에 몸을 누이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들의 이름은 비록 내일 죽어 땅에 몸을 누인다 하더라도 영원히 빛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비단 여러분들만의 영광과 자랑이 아니요 여러분들의 가족들과 여러분들의 다른 동료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두 번의 전투가 더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전투도 이때까지처럼 승리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승리의 외침을 자랑스레 외칠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승리는 바로 우리들의 헌신과 희생 위에 이룩되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대륙은 우리 용병단의 이름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의 이름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이미 여러분들의 이름은 영광스러운 이름으로 변하고 잇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커나갈 우리들의 아이들은 우리들의 이름을 되뇌이며 가슴을 떳떳이 내세우고 자랑스레 말할 것입니다.
나의 아버지는 허수아비 용병단의 단원이엇다고 말입니다.
이제 한가지 여러분께 당부하겠습니다. 그것은 부디 여러분의 목숨을 소중히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자신의 목숨을 소중히 생각하는 자는 자신의 옆에 잇는 동료의 목숨도 소중히 여길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들의 희생과 헌신에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와 허수아비 용병단에 영광이"
"아루 총대장에 신의 가호가"
"비바 아루 총대장"
아하루의 말이 끝나자 여기저기 환호하는 용병들의 함성소리가 울려나오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에서는 어느새 뜨거운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고 그들의 주먹은 불끈 쥐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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