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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루전 27화 신성전투(7)

작성일 2024.06.20 조회수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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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검연대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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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수가..."
중앙 진 약간 높은 언덕에 진을 치고 그 가운데에서 펼쳐진 전투를 감상하던 귀족들이 말문을 닫지 못하고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의 손에 쥔 술잔이 바닥을 구르며 잔안에 들어 잇던 술이 흘러 내렸다.
"어..어떻게 저런 일이"
"어찌 저런일이..."
"저런 저런 저 쳐죽일 놈들"
"이대로 둬선 안되오 당장이라도 저들을 막아야 하오"
"그렇소이다. 감히 천한 것들이 어디서 감히"
귀족들이 마치 일어날 수 없는 일을 본다는 듯이 당혹감과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의 눈 앞에는 용병단에게 처참히 학살당하고 있는 기사단의 모습이 들어왔다. 용병단은 전장 이곳 저곳으로 돌아다니며 아직 채 숨이 끊어지지 않은 기사단의 목을 베어가고 잇었다.
용병들 중 일부분은 자신들을 노려보며 분노를 터뜨리고 있는 자신들의 양 옆의 다른 용병단을 공격했던 기사단을 주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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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단 양 옆의 기사단은 멀리서도 느낄정도로 뚜렷한 살기와 분노를 터뜨렸지만 정작 자신의 자리를 이탈하지 못한채 그저 주먹과 창을 휘두르며 분노만을 터뜨리고 있을 뿐이었다.
여기 저기 채 죽지 못했던 기사들이 내지른 비명소리가 귀족들의 귀에 아프게 들려왔다.
"저런 발칙한 놈들"
"전하 저런 놈들을 가만히 둘 수 없사옵니다, 어찌 감히 천한것들이"
막사 한가운데 모인 귀족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그렇게 분분히 외쳐댔다. 하지만 이내 그들의 외침은 막사 전면의 노인이 손을 들자 침묵으로 바뀌었다.
노인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아직도 바닥에 엎어진 기사들의 목을 쳐내며 그들의 무구들과 말들을 챙기는 용병단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곧 허탈하면서도 어딘지 통쾌한듯한 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흠 과히 보기 좋지는 않군. 하지만 어찌됐건 이로써 칼로쉬의 얼굴에 똥칠을 하게 생겼지 않소? 휘하 기사단이 일개 저런 용병들에게 모욕을 당했으니 말이오. 하하하하"
노인의 말이 끝나자 귀족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조금전 분노를 터뜨리던 귀족들마져 통쾌하다는 듯한 얼굴로 일제히 돌변했다.
"하하하 맞습니다. 형편없는 기사단이었습니다."
"칼로쉬측은 저 용병단을 기사로 받아 들이는게 낫겟군요?"
"아니지요. 우리가 저 용병단을 불러서 깃발을 만들어 줍시다. 칼로쉬 대공측 기사단을 물리친 그림을 그려서요"
"오 그것이 좋겠군요"
노인이 자신의 뒤에서 그렇게 말하는 귀족들을 힐끔 쳐다 보았다. 귀족들이 이내 다시금 잠잠해 졌다.
"황태자 저하 어떻게 보셨는지요?"
노인이 몸을 돌려 무료한 듯 별다른 관심이 없어보이는 청년을 향해 물었다. 황태자가 노인의 말에 어깨를 으쓱거리고는 고개를 뒤로 돌렸다.
"케인즈경 경의 생각은 어떠한가?"
황태자에 의해 부름을 받은 중년의 케인즈가 황급히 허리를 숙였다. 다른 사람들도 케인즈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귀를 기울였다.
케인즈가 그런 시선을 느꼈는지 헛기침을 몇 번 해대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흠흠, 먼저 저 용병단은 많은 준비를 해왔던 듯 싶습니다. 아, 물론 이곳의 전투는 그 방법이나 형식등이 일체 비밀에 붙여져 왔었습니다. 하지만 돈이란 능히 드래곤의 발걸음도 멈추게 하는 힘이 있지요."
귀족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케인즈가 그런 귀족들의 반응을 즐기듯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금 입을 떼기 시작했다.
"아마 저들은 그렇게 해서 기사단이 어떤 전법으로 그리고 어떤 형식으로 공격하는지 알고 잇을 것입니다.
사실 이 신성전투는 그 공격과 공격의 형식에 있어서 너무나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그것이 기사단이든 일반 용병단이든 말입니다.
사실 매번 일정한 장소에서 일정한 방법으로 공격하는 것은 기사단의 발을 묶는 것과 똑같을 뿐 아니라 오늘의 저런 사단도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금만 생각이 있는 자들이면 능히 저런식의 대응도 예상할 수 있었겠지요. 하지만 저런 전투? 글세요? 전투라 불리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건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옵니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전투에서는 이런 상황이 벌어질 일도 없을 뿐 아니라 벌어진다 하더라도 오히려 상황은 정 반대로 나타나게 될 터이니 말입니다.
지금 같은 경우를 든다고 하더라도 상대가 저렇게 방패와 창을 연계한 방어진을 구축했을 때 그 주위로 조금만 돌아간다면 능히 더 적은 피해로 더 많은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물론 기사단이 진격하는 데 있어서 그 기동이 원활 하지 않다는 것도 있지만 애초에 조금 더 간격을 두고 전진 한다면 능히 파훼하지 못할 진은 아닙니다.
오히려 기사단이 조금만 융통성을 보여서 이번처럼 저 용병단이 뒤로 물러날 때 조금만 양 옆으로 움직여 그들의 배후를 치게 된다면 저 용병단은 그대로 전멸되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그들이 친 저 방어진은 도리어 저들의 발을 묶는 족쇄가 되었겠지요.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오로지 조그마한 주로만 허락되고 더욱이 뒤로나 옆으로의 움직임은 극단으로 제한된 이 전투의 방법이 저 기사단의 불행이었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흠... 잘 알겟소."
황태자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금 노인을 향해 바라보앗다. 그리곤 다시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렇다는군요?"
황태자가 마치 남의 일 인양 그렇게 말했다. 노인이 희미한 웃음을 짓고는 고개를 숙였다.
"경하드립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전하 옆에 이처럼 영명한 참모가 있다는 것은 제국의 앞날에 펠리온의 가호가 함께 한 것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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