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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이의 고백 6부

작성일 2023.11.07 조회수 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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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검연대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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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이의 고백 (6)

좀 전에 집에 돌아와 샤워하고 편지상자 열어보니 오빠가
편지랑 야설 보내주셨네.약속 지켜주셔서 고마워요.야설은
나중에 읽기로 하고 답장부터 쓸게요.홍콩 여행
즐거우셨어요? 호텔을 중국어로는 飯店이라 한다니
헷갈리네요. 중국 음식점 중에 무슨무슨 반점이
있쟎아요.마지막 여행 다녀온 지 벌써 2년이 넘네요.

 

윤정이의 고백 6부

 

어제 편지 보내고 걱정했어요.괜히 저 땜에 오빠 즐거워야
할 주말 분위기 망친 게 아닐까 해서요.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그렇게라도 오빠한테 표현하고 나니까 웅어리가
조금씩 녹는 거 같아요.제가 요즘 많이 방황하고
있었거든요.누구에겐가 심중을 털어놓고 어떻게 해야 할
지 생각도 듣고 싶어요.남은 이야기 이어서 써볼게요.

승철이는 작년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서 키우고
있어요.승철이 이유식 먹이기 전까진 우리 아빠
엄마집에서 모유 먹여 키웠어요.오빠네 가족들도 그러는
게 좋겠다고 하고 저도 그렇게 키우고 싶어서
그랬어요.생명을 잉태하고 키우면서 고통과 어려움도
많았지만 건강하게 자라고 걷구 말하구 재롱부리는 아들을
지켜보는 시간엔 이 세상 그 누구보다 기쁘답니다.
작년 봄에 승철이를 친가로 보내야 했을 때 제 마음은
찢어질 거 같았어요.정식으로 결혼하지 못했기에 문제가
복잡했어요. 우리 아빠 엄마는 제 장래를 생각해 승철이를
친가에 보내고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고
설득하시더군요.어쩔 수 없었어요.그 대신 오늘같은
공휴일마다 승철이와 하루 종일 시간 보내다 오기로
작년에 미리 이야기가 됐어요.오늘도 거기 다녀온
길이에요.
승철이는 할머니가 잘 키우셔서 제가 한시름 놓고
지내요.그리고 시동생 될 뻔한 성식씨(그 사람 이름은
가명으로 대신할게요)가 시간 나는대로 같이 놀아주고
이것저것 가르쳐주구 그래요.친자식처럼 사랑해 주니
그사람에게 항상 고마움을 느껴요.승철이는 삼춘이 자기
아빠인 줄 알고 '아빠,아빠'하며 잘 따라요.지난번
어린이날엔 롯데월드에 셋이 함께 갔는데 거기 여직원이
그러는 거에요. '고 녀석 엄마 아빠 쏙 빼닮아 예쁘네~'
성식씨도 민망해 하더군요.
그런데 승철이의 장래가 늘 걱정이었어요.언제까지 이렇게
어색한 가족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제 장래는?
성식씨가 언제까지 대리 아빠 역할을 해 줄 것인지,
할머니가 언젠가는 거동이 불편해지실 텐데...어느것 하나
확신이 안 서 있었거든요.
성식씨가 아까 술 한잔하면서 진지하게 말을
꺼내더군요.자기가 죽은 형을 대신해 승철이를 잘
키우겠다구요.자기는 형한테 빚진 게 많아 그렇게라도
해야 하고 키우면서 정이 흠뻑 들어 스스로 그렇게 하고
싶으니 자신의 뜻을 받아 달라는 거에요.그래서 제가
그랬죠. '성식씨 뜻은 고맙지만 이젠 결혼해서 새가정
만드셔야 하쟎아요? 성식씨 와이프 될 분은 생각이 다를
거에요.그냥 할머니가 키우시게 하세요.' 그랬더니
'중요한 일이니까 앞으로 윤정씨와 함께 의논하자'더군요.

성식씨는 몇년 전부터 교제해오던 여성이 있어요.그런데
남의 자식을 키우겠다고 할 리가 없지 않겠어요? 오빠
생각엔 어때요?
참,지난번에 성식씨가 저한테 부일 오빠 야설을
전자우편으로 추천해주었는데 왜 그랬느냐고 차마
물어보지도 못하구 왔어요.성식씨도 오늘은 그 이야기
전혀 꺼내지도 않더군요.정말 왜 그랬을까요? 혹시 제
마음속 세계도 여성 특유의 야누스적 모순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키려 그랬을까요?
정말 제 맘속에도 여성의 이중성이 다투고 있을지도
몰라요.정말 그래요.아닐지도 몰라요...
이것만은 고백하기 부끄러운데...아, 어쩜 좋지?...

창밖에 소쩍새 한마리가 아까부터 제 짝을 찾는지 계속
우네요.이제 꿈나라로 가야겠어요.다음에 용기 생기면
윤정이의 야누스를 오빠에게 털어 놓을게요.영원히
숨길지도 모르지만요...

꿈나라로 자유여행 떠나며
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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