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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랑아범  3부

작성일 2023.12.13 조회수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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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검연대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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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랑아범  3부

칠흙같은 어둠을 뚫고 멀리서 개짖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팔베개를 하고 자리
에 누운 행랑아범은  천장만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여보...무슨 일 있으세유..."
한동안 잠자코 누워있던 그녀가 조심스레 물었다.
"아직 안자고 있능겨?...어여 자..."
"요즘 안색이 통 안좋아 보여서유..."
"...괜한 소리하지 말고 어여자...내일새볔에 장에 나가봐야혀..."
그는 퉁명스레 말을 뱉더니, 옆으로 돌아누웠다.
"아무도 없느냐..."
키가 땅딸만한 이방이 포졸들을 거느린채 헛기침을 하며 마당으로 들어섰다.
"여기가  하동댁집이 맞느냐..."
"예, 나으리..."

행랑아범  3부


포졸들을 마당구석에 세워둔 그는 툇마루에 걸터앉아 안방을 기웃거렸다.
"좀 나와보라고 일러라..."
그는 눈꼬리를 치켜세우며, 거칠게 말했다. 그때 마침 안방문이 열리며 그녀가 모습
을 드러냈다.
"뉘신지요..."
낯선사람이 안방 툇마루에 앉아있자 그녀는 무심결에 행랑아범을 바라보았다
"...그대가...하동댁 맞소?"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퉁명하게 말을 뱉었다.
"예...그렇습니다만..        ."
"관아에서 나왔소..."
그녀는 마당구석에 서있는 포졸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사또가 새로 부임하셨소.."
"..."
그녀는 두 손을 모으더니 공손하게 허리를 굽혔다.
"...백성들의 안위를 잘 살피라는 말씀이 있으셨소..."
형식적인 말을 늘어놓던 그는 몸을 일으키더니 처음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이...이 고을에..."
그는 흠칫 놀란 표정을 하며 말을 더듬었다
"......"
"...뭐하느냐... 어서 다과라도 한상 내오너라..."
그녀는 마당 한가운데서 고목나무처럼 우두커니 서있는 행랑아범을 나무랐다.
"예 마님..."
"아...아니올시다...다        음에 한번 더 들르도록 하겠소..."
그는 포졸들을 이끌고 성급하게 마당을 빠져나갔다.
다음날 이른 아침, 이방이 다시 찾아왔다.
"하동댁 계시오...?"
멱을 감은후, 아침을 준비하던 그녀는 깨끗한 얼굴로 부엌에서 나왔다.그는 어제와
는 달리 자못 여유있는 태도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마침 계시는구려...용건만 간단히 말하겠소....그 동안 밀린 세가 엄청나던데 ..."
그는 한문이 휘갈겨진 종이를 펴들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아니...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그녀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동안 세를 꼬박꼬박 납부했습니다만..."
그는 그녀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듯, 태연한 표정으로 말을 뱉었다
"..사흘안에 밀린세를 모두 납부하셔야하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아니...그게 무슨..."
"...기한은 딱 사흘이오..."
그는 그녀의 대답을 듣지않고 대문을 나섰다.
그날 저녁. 행랑채에선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아버지...아침에 그 사람들 누구예유?"
"조용히 하고, 밥이나 어여 먹어..."
무거운 표정을 짓고있던 그는, 그날 저녁을 먹는둥 마는둥하더니, 일찍 잠자리에 들
었다.
사흘 후. 포졸들의 시위를 받으며 대문으로 들어서던 이방이 큰소리로 외쳤다.
"하동댁...계시오..."
그는  자그만한 체구완 어울리지 않게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잠시 후 정갈하게 옷을 차려입은 그녀가 안방에서 나왔다.
"준비는 됬소?"
"...무슨 말씀이신지요..."
계속되는 그의 재촉에 그녀가 침묵으로 버티자 점점 험악하게 변해가던 그가 포졸들
에게 명령했다.
"저년을 당장 잡아끌어라..."
"니년이 무언데...납세를 거부하는고..."
저항한번 못한채 관아에 끌려 온 그녀는, 마당 한가운데 꿇어앉혀졌다. 사또를 정면
으로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주위를 포졸들이 빙 에워쌌다.
"이유없는 납세를 하지 않을 뿐이옵니다..."
모두가 쥐죽은 듯이 조용한 가운데, 그녀가 또박또박 말을 뱉었다.
"까닭을 말씀해주신다면 기꺼이 납세를 할 것이옵니다..."
가만히 그녀의 말을 듣고있던, 사또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래..?"
그는 마당으로 내려서더니, 그녀의 코앞까지 다가섰다.
"오냐...그렇게 해보거라..."그는 갑자기 그녀의 저고리 밑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갑
작스런 사또의 행동에 놀란 그녀는 반사적으로 몸을 퉁기며 그의 손을 뿌리쳤지만
그의 손길은 어느새 젖무덤을 움켜쥐고 있었다. 놀란 그녀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포졸들과 이방은 아무말없이 묵묵히 서 있었다.
"...지금...이...이게 무슨..."
그녀는 눈을 치켜뜨고 두손으로 앞가슴을 가렸다.
"묶어라..."
사또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포졸들이 그녀를 잡아 올리더니 곤장대에 눕혔다.
오랏줄에 손발이 꽁꽁 묶인 그녀는 기겁을 하며 몸을 비틀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
었다. 그녀가 엎드린채로 완전히 묶여지자 사또가 천천히 다가갔다.사또는 느닷없
이 그녀의 치마를 걷어 올리기 시작했다. 치마가 완전히 걷혀지고 고쟁이만 걸친 하
얀 속살이 드러나자 그는 희미하게 웃었다.
"...아직도 생각이 안바뀌었겠다...?"
속살이 드러나자 그녀는 수치심에 이를 악물었다. 그녀가 겨우 입을 떼려는 순간, 그
가 얇은 속고쟁이를 잡더니 살며시 내렸다. 희멀건 엉덩이가 드러나자 그녀의 얼굴
은 사색이 되었다. 그녀의 살집이 많은 엉덩이를 살살 쓰다듬으며, 그는 크게 웃어
제꼈다.
"...엉덩짝 하나는 기 차구나..."
사또가 입을 다문채, 그녀의 엉덩이를 한참 만지작거리자 포졸들의 침 넘어가는 소
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무슨...짓이오...!!        "  
그녀는 분함을 애써 참으려고 했지만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사또는 일절
말을 삼가한 채, 그녀를 농락했다. 솟아오른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찰싹 쳐보기도하
고, 엉덩이두쪽을 살짝 벌려보기도 하면서 그녀를 유린하고 있었다. 수치심으로 눈
을 감은 그녀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사또는 마지막에 그녀의 사타구니를 슬쩍 훔
쳐보더니 몸을 일으켰다. 그가 결박을 풀어주라는 신호를 하자, 주위에 서 있던 포졸
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짐승같이 달려드는 포졸들의 수많은 시
선이 그녀의 엉덩이에 쏟아졌다.
"세상에...어찌 이런일이 생긴당가..."
"부임한지 며칠도 안됬다구만..."
장터에서 반찬거리를 사고있던 행랑아범의 아내는 둥그렇게 모여 웅성대고 있는 사
람들쪽으로 다가갔다.
"그게 무슨 소리데유..."
"사또가 죽어불었어..."
행랑아내는 크게 놀라며, 무리속에서 빠져나왔다.
"애 떨어지겄네...만삭인거 같은디 몸 조심혀야제..."
그녀의 배를 쳐다보던 한 노파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말했다.
"사또가 죽었디유..."
저녁밥을 먹고있던 행랑아범은 갑자기 흠칫 놀라더니, 그녀를 쳐다보았다.
"...주...죽었으면 죽었지...뭔 참견이여...밥맛떨어지게        .  .."
얼굴이 달아오른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며 수저를 들었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여름이 찾아왔다.
"아버지...막둥이가 안보여유..."
"이놈아...도대체 뭐하는겨...어여 찾아봐..."
뙤약볕이 내리쬐는 마당에 주저앉아 새끼를 꼬던 행랑아범은 깜짝 놀라며 아들에게
성화를 냈다. 그 때 분홍색 저고리를 곱게 차려입은 마님이 대문으로 들어섰다.
"웬 소란이냐..."
그는 새끼를 던져놓고 벌떡 일어나더니, 고개를 숙이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일도 아니여유..."
그녀는 지난해 그 사건을 겪은 후,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며 하루종일 방안에 누워
있었다. 행랑아내가 가져다 주는 끼니조차 거절하며 기력을 잃고 있다가, 친정어머
니가 다녀간 후로 다시 기력을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그녀가 극단적인 방법을 택
하지 않은 것은, 사회가 점점 변하면서 유교적 관습이 점차 그 힘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해서 그녀의 집은 점점 평정을 되찾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이른새볔에 일어난 행랑아범은 낫을 들고, 수건을 둘러맨 채, 대문을 나섰다. 아직
어둠이 걷혀지지 않은 마당에는 풀벌레소리만 시끄럽게 들려왔다.
"벌써 나가느냐..."
대문앞에서 마님과 마주친 그는 깜짝 놀랐다.
"...아...예..."
두 손으로 하얀 옷가지들을 조심스레 받쳐든 그녀는 머리칼이 젖어있었다.
"...조심히 다녀오너라..."
그는 꾸벅 머리를 조아렸다. 그는 작년 그 사건 이후로, 부엌안을 훔쳐보지 않았다.
점점 기력을 잃어가는 마님을 보고 있자니 감히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한번씩
그녀의 멱감는 모습을 떠올리며 혼자서 용두질은 쳐왔지만, 그 날 이후 한번도 그녀
를 훔쳐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젖은 머리칼을 한 그녀를 보자 갑자기 억눌렸던 욕구
가 치솟았다. 밭에서 낫질을 하던 그는 하루종일 그녀생각에 잠겼다.
'이른 새볔에 어디를 다녀오는 걸까...'
그는 밭고랑에 주저앉아, 해가 저무는 것도 잊은채 그녀생각에 잠겼다.
<4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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