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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상인 24 --- 공주

작성일 2024.01.07 조회수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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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검연대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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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상인 24 --- 공주


서버들은 링링을 심하게 고문하며 심문을 계속했다. 그걸 보는 한스의 가슴이 탁 막혔다. 서버들은 링링에게 한스의 신분을 불라며 고문을 계속했던 것이다. 가혹한 심문에도 불구하고 링링은 한스의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굳게 입을 다무는 링링을 보며 한스는 가슴이 복받쳐 올랐다. 미안해, 링링, 내가 너를 오해했어. 서버들을 심하게 다룬다고 너를 나쁜 년이라고 했었지. 그런데 너는 나를 위해, 아버지와 회사를 위해 목숨을 거는구나. 미안해 링링, 미안해…
한참 동안 모진 고문이 계속되다가 마침내 신문이 멈추며 한 서버가 그 방을 나와 보스가 있는 방으로 들어왔다.
“도저히 안되겠습니다. 전혀 불 기색이 없습니다. 진짜 독한 년이에요.”
“하는 수 없지. 그 남자 놈을 도로 붙잡아야지. 여긴 좁은 곳이니 지가 튀어야 어디로 튀겠어. 그 년은 어차피 쓸모가 없으니까 죽여 버려.”
보스의 말에 한스는 숨이 막혔다. 죽인다고? 링링을…
“저년을 죽이고 다시 남자 놈을 찾아!”
“네.”

 

혹성상인 24 --- 공주


서버가 명령을 받고 나가려는 순간 한스는 쓰레기통 뚜껑을 열고 일어서며 외쳤다.
“그녀를 죽이지마. 내가 다 말할게! 제발 그녀를 살려줘…”
보스서버는 한스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호오, 그래. 거기 숨어 있었군. 좋아. 저 년을 살려줄 테니 말해. 너는 누구야? 네 아버지가 누구야?”
“우리 아버지는 회사의 회장이야, 나는 회장의 아들이라고.”
“정말? ….네가 회장의 아들이라고?”
보스는 한스와 링링을 이끌고 복도를 쭉 나아갔다. 링링이 한스를 쳐다보며 욕설을 퍼부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바보! 바보, 멍청이. 겁쟁이! 당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한지 알아? 당신은 지금 회사와 회장님을 팔아먹은 거야. 이들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두고보면 당신이 얼마나 엄청난 짓을 했는지 알게 될거야. 왜? 왜, 나 같은 거 죽게 내버려 두지 않고…”
링링이 울부짖자 서버들은 그녀를 때리고 발로 차며 질질 끌고 갔다. 길이 나뉘는 곳에 이르자 보스가 서버들을 보고 링링을 끌고 가라고 했다. 링링은 울부짖으며 끌려갔다.
한스는 복도를 더 지나가 어떤 방으로 안내되었다. 서버들이 모두 나가고 한스는 혼자가 되었다. 이 방은 조금 호화롭고 우아하게 장식이 되어 있었다. 조금 있으니 문이 열리며 두 서버가 들어왔다. 한 서버는 화려한 옷차림에 우아한 용모, 다른 서버는 그 시중인 것 같았다. 우아한 서버는 한스를 살피더니 입을 열었다.
“제 수하들이 조금 무례한 짓을 한 것 같군요. 제가 대신 사과하지요. 우리의 삶이 너무나 위태롭기 때문에 그들이 조금 지나친 것이니 너그러이 봐주시기 바랍니다.”
“…”
“아직 적개심이 남아 있군요. 하는 수 없죠. 차츰 오해를 푸는 수 밖에… 우리는 도련님이 우리를 도와주길 바래요. 악마와 광기에 사로잡힌 이시스를 구하는데 협조를 해주길 바래요.”
“…”
“편하게 제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제 이야기를 다 듣고 판단은 도련님이 하세요. 나는 도련님이 정의의 편에 설 것이라고 믿어요.”
서버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서버는 공주라고 했다. 그들은 원래 지구에까지 역사가 소급되는 유구한 왕조였다. 지구를 떠난 그들 왕조는 이시스의 네오브루난에 정착을 해 새로운 왕국을 번창시켰다. 어느날 이시스에 재앙이 오고 브루난 왕조도 남자로 대를 잇지 못하고 여자가 대를 잇게 되었다. 그러기를 오랜 세월, 마침내 이시스에 ‘회사’가 들어와 침략과 약탈을 시작했다.
행성들은 압도적으로 우세한 회사의 과학병기 앞에 차례로 항복을 했고 회사의 노예가 되어갔다. 네오브루난도 재앙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였다. 네오브루난의 알 카파이 3세 여왕, 즉 공주의 어머니는 중대 결심을 했다. 영토는 잃어도 왕조는 살아 남아야 한다. 그녀는 극비리에 어린 공주와 백 여명으로 구성된 생명캡슐단을 만들어 비거주 행성 진즈로 대피시켰다. 설령 네오브루난이 회사에 멸망해도 왕조의 씨앗을 남기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이후 네오브루난은 멸망하고 회사의 전면 직접관리 제9기지가 되었다. 진즈로 피한 공주 일행은 지하로 파고 들어 근거지를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진즈가 다이아몬드의 보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그걸 보고 불안을 느꼈다. 그들이 대피한 행성은 그냥 황폐한 행성이어야 좋았던 것이다. 회사의 주목을 받을 이유가 없는 편이 좋았다.
그들의 나쁜 예감은 들어 맞았다. 그 다이아몬드 때문에 회사가 이곳에 왔다. 회사는 이 행성을 타이힐이라 불렀다. 공주 일행은 회사와 마주치는 것을 피하려 발버둥쳤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이중성 행성내의 지질변화에 먼저 적응한 공주 일행의 잇점 때문에 회사와 정면 충돌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피해다니는 생활은 고달펐다. 생활이 힘들어지자 서버들의 회사에 대한 적개심은 높아져 가고 성격은 점차 과격하고 잔인하게 바뀌어 갔다.
“우리를 도와 주세요. 이시스에 평화와 번영을 돌려주세요. 여자와 남자가 다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해주세요. 우리 브루난 왕조가 대를 이어 나가게 해주세요. 당신이 도와 주셔야 해요.”
“…”
“우리가 여길 온 후에 이시스의 희망을 발견했어요. 마리아스, 그 사람과 아이를 데려 와요.”
공주가 말하자 시중드는 서버가 팔에 찬 기계에 대고 뭐라고 말했다.
잠시 후에 한 남자가 아기를 안고 들어 왔다. 한스는 이곳에서 남자를 만나자 흠칫 하고 놀랐다. 왠지 모르게 많이 초췌해 보이는 그 남자는 한스에게 인사를 했다.
“도련님, 저를 보고 놀라셨죠. 저도 원래 회사 직원이었습니다. 타이힐 제1작업반의 반장이었죠. 터널이 무너지는 바람에 이들에게 왔습니다. 벌써 2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이곳 여자들과 관계를 많이 했습니다.”
남자는 공주를 힐끗 돌아보더니 이야기를 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밖에서와 반대로 이곳에서 저는 여자들의 성노리개 되었죠. 시도 때도 없이 그녀들과 관계를 해야 했습니다. 그러던 중 여자들이 임신을 하는 경우가 생겼는데 1년 전에 한 서버가 이 아이를 낳았죠. 아이를 한번 보세요. 여기를 요.”
남자는 아이를 펼치며 아이의 사타구니를 보여줬다. 번데기… 자그마한 고추가 달려있었다.
“사내 아이를 낳은 것입니다. 이시스의 기적이죠. 이유는 잘몰라요. 다만 사내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것, 그 희망에 이곳 전체가 용기를 얻었죠. 아마 이들은 끝까지 회사와 싸울 겁니다. 저도 이걸 보고 놀랐어요. 그 이후에는 자발적으로 이들에게 협조하고 있죠. 어쩌면 회사와 이시스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도 있을 겁니다….”
남자의 말이 끝나자 공주가 눈짓을 했다. 그들이 나갔다. 공주는 한스를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과 함께 온 남자는 전혀 쓸모가 없더군요. 당신네가 만든 BTP 때문에 성불구가 되었어요. 당신이 이곳에 있는 동안 당신의 동료인 여자가 우리의 조건을 가지고 회사로 갈 겁니다. 회사는 회장의 아들을 죽일 것인가 아니면 네오브루난에서 물러갈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게 될 것이에요. 그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빌어야 겠죠.”
“… 비열하군요.”
“어쩔 수 없어요. 회사와 우리의 힘은 상대가 안되니까. 그리고 우리가 비열하다 해도 회사가 이시스에서 저지른 악행에 비하면 이건 아무 것도 아니에요. 당신도 그걸 잘 알 거에요. 너무 힘들지요? 우선 여기서 먹고, 자고 편히 쉬세요. 당신의 여자 동료가 좋은 결과를 가져오길 빌면서요.”
공주가 나가고 한스는 그곳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이들의 말로 봐서 일단 링링을 살려 주는 모양이다. 그것은 다행스러웠다. 하지만 링링이 가지고 간 조건에 회사는 어떻게 반응할까. 회사가 이들의 조건을 수락하면 한스는 아버지에게 큰 누를 끼친 것이 된다. 하지만 회사가 이를 거부하면 한스는 결국 죽임을 당할 것이다. 머리 속이 복잡했다. 브루난 왕조의 스토리를 되새겨 보았다. 이들의 행동에도 일리가 있다. 회사가 이시스에서 저지르는 만행은 엄청난 수의 사람들의 인생을 망쳐놓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스의 머리에 보스 서버와 그 수하들의 잔학한 고문이 머리에 떠올랐다. 또 아까 남자가 이들의 성노리개 되었다는 말이 생각났다. 이들이 회사와 다른 것은 무엇인가. 결국 우주는 정의와 양심 이런 것은 없고 오직 약육강식의 논리만이 지배하는 것이 아닌가. 회사가 이들보다 강하다는 것만으로 비난받을 수 있는가…
이틀이 지나자 한스는 체력을 회복했다. 그동안 생각은 더욱 복잡했다. 한스의 실종은 회사에서 큰 사건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회사는 총력을 다해 한스를 찾으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회사는 이곳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호세의 말처럼 이곳에서의 실종은 구조불능이란 말인가. 링링은 이들의 조건을 가지고 회사로 갔을까? 마칼레나는 돌아오지 않는 한스를 원망하고 있겠지. 한스가 골똘히 생각에 잠겼을 때 문이 열리고 공주가 들어왔다.
왠지 모르게 조금 들뜨고 상기된 분위기였다. 회사가 조건을 받아들였나? 한스의 생각과는 달리 공주는 말없이 두 개의 술잔을 테이블 위에 놓고 한 잔을 들었다.
“술 한잔 같이 하죠?”
한스도 잔을 들어 공주와 잔을 부딪히고 술을 마셨다. 공주가 술을 마시는 한스를 감미롭게 쳐다보았다.
“우리 어머니가 늘 말했죠. 우리 왕실에 사내아이가 있었으면 하고요. 어머니는 자주 우리 왕실의 갤러리에 나를 데리고 갔죠. 아득한 옛날 우리 왕조 역대 군주들의 초상화가 걸려있는 곳이에요. 위엄서린 조상들의 초상화를 보며 너 다음에는 남자 왕이 왕실을 이어야 할텐데 라고 말씀하시곤 했어요.”
“…”
“난 당신을 처음 보고 바로 깨달았어요. 이 사람이야말로 나에게 아들을 줄 사람이라고…”
“네?”
“당신의 아들이 브루난의 왕통을 이을 거에요. 7백년 만에 처음으로 다시 브루난 왕조에 남자 왕이 나올 거에요. 당신도 그게 자랑스러울 거에요.”
“…나,…나는…”
“나를 겁내지 말아요. 거칠 게 하지 않을게요. 오히려 당신이 밖에 있을 떄 좋아한 순종적인 여자처럼 굴 거에요. 그러니 편하게…”
“공주, 당신은 회사와 다를 게 없어!”
“여자와 남자가 서로를 좋아하고 섹스를 원한다는 점에서는 회사나 브루난이 똑같아요. 다만 우리는 남자를 노예로 팔아먹지는 않아요.”
“…”
“자, 당신이 다른 서버를 다루듯이 나를 다루어도 좋아요. 그걸 믿게 해주지요. 먼저 제 엉덩이를 때려 주세요.”
공주는 잔을 놓고 돌아서 스커트를 벗으며 엉덩이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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