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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형사 은수의 이중생활 --- 9부

작성일 2024.01.19 조회수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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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검연대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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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형사 은수의 이중생활 --- 9부


강민우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분명 엘리베이터에서 남자의 팔짱을
낀 채 내리는 여자는 자신의 파트너이자 상관인 이은수였다. 그러나
믿기지가 않았다. 물론 요즘과 같은 세상에 젊은 여자가 남자와 같이
호텔에서 나오는 것 자체가 크게 이상한 것은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깨에 스카프를 두른 그녀의 옷차림이나 그녀가 팔짱을 낀
사내의 주변에 몰려있는 일련의 무리들이 예사롭지 않은 것이다. 평소의
그녀에게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아주 야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원피스라기 보다는 약간 길이가 긴 런닝셔츠를 입은 듯
치마의 길이는 속옷이 보일랑 말랑 허벅지에서 한참을 올라가 있었고,
스카프가 가려주곤 있지만 스카프 사이로 비치는 가슴선의 굴곡은
그녀의 원피스가 몸을 가리는 수단이 아니라 남자를 유혹하기 위해
잠시 걸친 듯 보였다.

 

여형사 은수의 이중생활 --- 9부


간단히 요즘 유행하는 젊은 처녀의 노출의상이라고 하기에도 은수의
차림은 너무 화려하고 야했다. 그것은 청량리와 같은 곳에서 남자를
유혹하기 위해 서있는 아가씨들의 모양과 차이가 없었다.  
그녀와 헤어진 것은 오늘 새벽....
밤새 잠복 근무를 하다가 헤어질 때 그녀가 사우나 앞에 그를 내려
주었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매일 들르던 단골사우나가
문을 닫아 할 수 없이 강민우는 이곳 호텔사우나에 왔던 것이다.
한숨 푹 잔 후 슬슬 밥이나 챙겨먹고 이형사의 명령대로 사건 조사를
하려고 막 사우나를 나서던 찰나 이은수를 목격하게 된 셈이다.  
민우는 갑자기 참지 못 할 호기심의 충동을 느꼈다. 좀 더 가까이서
그들 일행과 마주쳐보기로 했다. 은수의 놀란 행동이 궁금하기도 했다.
민우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로비를 지나고 있는 은수 일행에게로
서서히 걸음을 옮겼다.
한편 은수도 천천히 자신에게 다가오는 강민우를 발견했다. 그녀를
본 것인지 못 본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점점 거리는 좁혀지고
있었다. 난감했다. 얼굴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간밤의 사내에게 몸을
조금 더 밀착했다. 강형사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채 지나치기를
간절히 바랬다.
아울러 자신의 차림새로 인해 그가 몰라볼 수도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떨쳐버리지도 못했다. 간밤의 사내에게 안기다시피한 은수는
끌려가듯이 총총걸음을 옮겼다. 어서 바삐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은수는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한숨과 함께. 자신을 몰라본 강형사에게 고마움까지 은근히 느끼며
고개를 돌리던 은수는 갑자기 호흡이 멎는 듯했다.
강형사가 바로 옆의 기둥에 기대서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서있는 강형사와 눈이 마주친 것이다. 은수는
너무 놀라 발이 꼬이는 바람에 넘어질 뻔했다. 사내의 부축으로
겨우 몸의 중심을 잡은 은수는 다시 사내의 품으로 안겨들었다.
민우는 분명히 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놀라서 허둥대다 넘어질
뻔한 그녀의 모습을...이은수가 분명했다.
그런데 범죄자처럼 보이는 사람들과 동행하는 이은수를 상상할
수가 없었다. 혹시 납치당하고 있는 것일까...별의별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처음에 홀을 나설 때의 모습은 납치당하는 여성이 마지못해
보여주는 친절을 가장한 것이 아니었다. 마음으로 정이 넘쳐나는
아주 다정한 모습이었던 것이다.
강형사는 일단 그들을 미행해 보기로 했다. 그들은 로비에서 차를
타고 있었다. 은수가 타는 차를 확인한 강형사는 빈차로 있던 모범
택시를 타고 먼저 호텔을 나섰다. 호텔 앞의 도로 가에서 그들이
나오기를 기다리다가 일행을 미행하기 시작했다.
앞뒤로 일행의 차가 가려서 은수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단지
은수가 탄 차가 가운데쯤 있다는 것만 짐작할 뿐...다행히 택시여서
미행을 눈치챌 것 같지는 않았다.
테헤란로를 벗어난 차는 한참을 달리더니 강남역 부근에서 은수를
내려주고는 다시 달렸다. 강형사도 은수를 놓칠 새라 얼른 차에서
내려 조심해서 은수를 미행했다. 한참을 걷던 은수는 건물전체가
유흥주점으로 신문 지상에 오르내리는 술집으로 들어갔다.
강형사는 일단은 가게 밖에서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런데 잠시후
은수가 다시 가게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들어 갈 때와 확연히
달라진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어느 듯 평소의 이은수로 돌아가
있었다. 적어도 한가지는 확실해졌다. 은수는 이 가게를 자주
드나든다는 것을...아니 은수가 이 가게에서 일을 하고 조금 전 헤어진
일행들과 이차를 나갔다 온 것이라고 강형사는 확신했다.
자신도 모르게 야릇한 상상이 들며 아랫도리에 불끈 힘이 솟는
것을 느끼며 강형사는 미행을 계속했다.
은수는 가게에서 나온 후에야 강형사가 미행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가 자신을 알아본 것이 분명했다. 더구나 쭉 미행했다면 자신이
가게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것까지 보았다는 것을 뜻했다.
어떡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우선은 미행을 눈치채고 있다는
것을 모르게 할 수밖에 없었다. 모르는 채 걸으면서 그가 잘못
본 것으로 믿고 미행을 중단하길 바랄 뿐이었다.
물론 그런 생각의 와중에서 은수도 그 생각이 얼마나 실현성없는
바램인 줄을 알고 있었다. 다른 대책을 세워야했다. 은수는 차를
세워둔 주차장으로 향하지 않고 일부러 주변을 배회했다.
강형사는 일정한 거리에서 부지런히 자신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처음에는 미행을 따돌리고 시치미를 뗄까도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어제 가게에 갈 때 시간이 없어 강형사와 잠복할 때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식은땀이 흘렀다.
이제는 방법이 없었다. 직접 부딪쳐 보는 수밖에...어떡하든 그의
입막음을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생각을 정리하자 은수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면서 방법을 생각하려고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은수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은수가
차를 몰고 주차장을 막 나서는 순간 주차장 입구에서 강형사가
야릇한 웃음을 머금은 채 은수의 차를 가로막았다.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 은수는 말없이 차를 세웠다. 우선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자연스럽게 차에 올라탔다. 차를
출발하고 서도 10여분을 달려서야 강형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디로 가시나....?"
이형사님이라고 깍듯한 말투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집에..." 은수는 될수록 말을 아꼈다.
"집이라...? 거 좋지..."강형사는 알 듯 모를 듯한 혼잣소리를
중얼거리며 다시 한 번 야릇한 미소를 띄었다. 그것은 마치
나는 지난 밤 네가 한 짓을 알고 있다는 듯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은수는 이 위기를 어떻게 빠져나가야
할 지를 고민했다.
강형사는 좋아서 죽을 지경이었다. 비록 자신의 파트너이지만
엄연한 자신의 상관인 이형사가 아니던가! 처음 이형사의
파트너가 된 후부터 내심 탐을 내어오던 이형사였다. 아니
남자라면 누구나가 한 번 쯤은 군침을 흘려보았을 여자가 아닌가!
이형사는 하느님께 감사했다. 그런 이형사의 약점을 지금 쥐고
있는 것이다. 절대로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오늘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했다.
말없이 차를 운전하는 이형사는 여전히 매혹적이었다.
'집으로 간다고...' 강형사는 느긋이 분위기를 즐기고 싶었다.
'어떻게 요리할까...?' 잠시 후 다가올 상황에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10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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