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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메리아(Armeria) - 3 -

작성일 2023.11.28 조회수 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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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검연대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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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메리아(Armeria) - 3 -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서 주문한 DVD!
목이 빠지게 기대하고 갔더니만 비 때문에 아직 안 왔답니다.
비가 와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겠지만, 오늘만큼 저는 비가 증오스러웠던 때가 없었습니다.

아르메리아(Armeria) - 3 -


그날 밤이었다.
식사도 하지 않고 침대에 누운 채로 멍하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던 리카스테는, 문 쪽에서 이상한 소리를 듣고는 귀를 곤두세웠다.
끼이이익.
이것은 틀림없이 문이 열리는 소리다.
루이는 자고 있을 터이고, 베리디스 역시 두 시간 전 쯤에 '안녕히 주무세요' 라고 인사하고 나갔으니, 그녀 역시 수면 중일 것인데….
'그렇다면, 설마 나를 잡으러….'
리카스테는 긴장했다. 살며시 침대에서 일어난 그는 무언가 무기 될 것을 찾을 요량으로 일단 주위를 둘러보았다.
'…'
장작더미가 보였다.
그는 그 중 손에 잡힐만한 하나를 골라, 천천히 방문을 살짝 열었다.
'…'
어둠에 익숙해져 있는 리카스테의 눈은, 불법 침입자의 실루엣을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느낌이 드는 사나이다, 라고 그는 직감적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여럿이도 아니고, 혼자서 오다니…?'
즉, 나를 잡으러 온 것은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정상적인 손님은 아닌 것 같으니…
결론은 간단했다.
리카스테는 순간적으로 몸을 날려, 그 정체모를 손님에게 장작개비를 휘둘렀다.
"이얏!"
"흠?!"
슈웅!
불청객은 그 어둠 속에서 믿기지 않을 움직임으로, 리카스테의 공격을 가뿐히 피해버리고선, 황당해 하는 리카스테의 어깨를 밀었다.
쿵!
동시에 다리까지 걸린 리카스테는 말 그대로 공중에서 반 바퀴 돌아, 고요를 깨뜨리는 엄청난 소리를 내면서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나참…."
그림자는 혀를 차면서 잠시 리카스테를 내려다보더니,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영문도 모른채 리카스테는 그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베리디스의 손님인가?"
"…에…."
"밤중에 와서 미안하게 되었군. 뭐, 그렇지만 자네같이 귀 밝은 사람이 있어서 도둑은 못 들겠구만."
"아…네."
그 정체불명의 사나이는, 리카스테의 어깨며 엉덩이 부분을 툭툭 털어주었다. 넘어진 자신을 공격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으켜 주고 심지어 먼지까지 털어주는 이 사나이에게, 리카스테는 일단 적의를 풀기로 했다.(아직 경계심이야 남아 있었지만.)
"베리디스는 자나?"
"아…네. 그런 것 같군요."
"이렇게 소란을 피웠는데도 잠이라, 역시 '미인은 잠꾸러기' 인가."
"그, 글쎄요…."
"루이 놈은 뭐 말할 것도 없겠지."
"아, 네에…."
베리디스나 루이를 잘 알고 있는 듯한 말투에, 리카스테는 이 사람을 추측할 수 있는 기억이 떠올랐다. 낮에 들었던, 이 집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
"혹시, 루크…씨?"
"응? 그렇다만. 아아, 베리디스에게 들은 거야?"
"아, 네."
"흐음… 그건 그렇고, 어두우니 불이나 켜고 얘기할까."
그는 어둠 속에서 능숙하게 촛대가 있는 곳을 찾아, 부싯돌을 부딪혀 불을 붙였다.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그 행동에, 리카스테는 완전히 의심을 풀었다.
'…'
주위가 밝아지자, 리카스테는 그의 모습을 살필 수가 있었다.
'…여자?!'
처음,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머리카락이 견갑골 부근까지 내려와 있고, 앞머리 역시 한쪽 눈을 가릴 정도로 길어 있었다. 얼굴도 티 하나 없이 깨끗했다.
"뭘 보냐?"
하지만, 그 생각은 의외로 날카롭고도 굵직한 그 목소리에 깨어져 버렸다.
"아, 아닙니다…."
리카스테는 당황해서 고개를 내렸다. 잠시 그 사람 역시 리카스테를 관찰하는 모양이었다.
"이름은?"
"리카스테입니다."
"호우…."
"…?"
"야곱 스프랭거의 친척 되는, 시클레멘이라는 아가씨가 찾는다는 사람이 자네인가."
"…!"
리카스테는 감전된 듯이 벌떡 일어섰다. 잊을 수 없는 그 이름. 시클레멘. 자신의 어머니를 죽음으로 몰고간 놈들의 지시자.
"뭘 그리 놀라나. 이미 저 아랫마을까지 수색대가 다녀간 모양인데."
"다 당신은…."
"앉아. 앉아."
"…"
"보아하니, 마녀의 누명을 쓴 모양이군."
"어떻게…."
"뻔하지. 지금 같은 시대에서 교회 인간들에게 잡혀가는 케이스는, '이단'… 그리고 현재의 이단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마녀'."
"…"
"아무 걱정 없이 자라난 제멋대로 여자들이 탐낼 만한 얼굴이군."
"…"
"그녀의 눈에 띄인 게 잘못이야."
확실히 그랬다.
리카스테는 그녀와 처음 조우한 그 때의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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