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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경험담 편의점에서 - 5부

작성일 2024.07.07 조회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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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검연대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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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인가 지지난 주인가 힐링캠프를 본 적이 있었다.
김희선이 나왔었는데, 김희선은 남편과의 첫만남에서 키스를 하고, 그 다음에 만났을 때 존대를 하는 남편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었다는 말을 했었다.
연예인이니까 방송이니까 순화시켜서 말을 한 것일 것이다.
난 그 이야기를 듣고는 키스가 아니고 섹스일거라고 생각했었었다.
섹스를 할 만큼 가깝게 지내면서도 말을 놓지 않는 사람이라.
내게는 윤주씨가 그랬었다.
윤주씨에게는 이상스럽게도 말을 놓기가 어려웠다.
뭔지 모를 기품같은 게 있어서 말을 놓아서는 안될 것 같은 생각이 자꾸만 들었었다.
진영씨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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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알고 지낸 사이고, 상규의 강권도 있어서 말을 놓긴 했지만, 아직도 난 네 살이나 어린 진영씨를 진영아라고 부르지 않는다.
숨이 목에 닿을 것처럼 바짝 다가선 진영씨의 머리카락에서 좋은 냄새가 났다.
시선을 내리니 머리카락 사이로 핑크빛으로 달아오른 목이 보였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목에서 긴 한숨과 같은 목소리가 느껴졌고, 진영씨의 호흡이 목을 간질었다.
"오빠." 툭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종아리쯤에 걸려있던, 진영씨의 반바지가 툭하고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였다.
하얀 팬티가 허벅지에 걸려 있었다.
그리고 하얀 허벅지엔 파란 실핏줄이 보였다.
너무 강한 자극에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오빠, 벗겨주세요.." 진영씨의 차림새는 묘했다.
퇴근을 하고 만화방에 온 것인지, 검정색 정장에 화이트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는데, 위는 정장차림에 아래는 아무 것도 입지 않은 모습이 더 야하게 보였다.
정장을 벗겨서 원룸 한 쪽을 채우고 있는 이단 행거의 빈 옷걸이에 걸었는데, 묘하게 침착해지면서 정말 이상한 안정감 같은 게 들었다.
눈에 들어오지 않던 원룸 안의 풍경 같은 게 비로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검은 색 패딩을 입고 있던 내가 패딩을 벗어서 침대 옆에 그냥 두자, 진영씨가 블라우스만 입은 차림으로 그걸 다시 빈 옷걸이에 걸고 돌아왔다.
정리를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졌다.
벗겨달라는 블라우스를 제 손으로 벗고는 핑크색 브래지어마저 모두 벗은 진영씨가 숨바꼭질을 하는 어린 아이처럼 이불로 뛰어들어갔고, 나는 마치 예정되어 있던 것처럼 스웨터와 바지와 팬티를 벗고, 스르륵 이불로 빨려들어가듯 들어갔다.
섹스는 격정이다.
타오르는 불꽃에 뛰어들 듯 하는 것이 섹스다.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자연스러웠다.
베게가 하나밖에 없어서, 난 한쪽 머리를 팔로 궤고 옆으로 누워 눈을 감고 숨을 쌕쌕거리고 있는 진영씨를 봤는데, 이불에 가려서 맨어깨만 보이는 진영씨가 무척 야하게 보였다.
진영씨가 눈을 감고 내게 말했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거라고 생각했었어요.
상규 오빠랑 사귀기 전에 나 오빠 알고 있었거든요." "응? 어떻게?" "만화방에서 오빠를 본 적이 있었어요.
오빠는 기억을 하지 못할 건데, 겨울이고 되게 늦은 밤이어서 손님이 나랑 오빠밖에 없었거든요.
커피를 뽑으러 가다가 오빠를 봤는데, 울고 있더라고요.
무슨 남자가 만화를 보다가 우나 했는데, 순정만화도 아니고 스포츠 만화였어요.
힐끗 제목을 봐뒀죠.
다음에 나도 보려고요.
그게 고앤고 였었죠.
그리고 나 야나기 선배를 알게 됐어요.
나 마음이 엄청 약하거든요.
상규오빠를 사귄 것도 상규 오빠가 강하게 밀어붙어서였는데, 야나기 선배를 보고 우는 오빠를 보면서 저런 사람이 좋다라고 무작정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 "좋네요.
오빠, 부탁이 있어요." "응?" "이런 날이 다음에 또 있을 것 같지 않아요.
그런데, 나 고기를 먹었잖아요.
술도 마셨고, 아까전부터 키스를 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오바이트를 하고서 오빠랑 어떻게 그래요.
좀 씼었으면 좋겠어요.
서로 기분좋은 상태에서 하고 싶어요." "그러자.
네 이야기를 들으니까 나도 그러고 싶네." "오빠가 먼저 씻고 오면 안될까요? 수건은 안에 있어요." 가글을 하고, 샤워를 하면서 이게 무슨 일인가 싶기도 했지만, 마치 오래전부터 섹스를 나눠온 사람처럼 몹시 자연스러웠다.
친구 애인의 자취방에 들어와서 아무렇지 않게 옷을 홀랑 벗고, 샤워를 하고 있는 내가 믿기지 않았지만, 자지가 서지 않을만큼 편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가니까, 귀여운 핑크색 잠옷을 차려 입은 진영씨가 앉은 뱅이 소반에 오렌지 쥬스를 한 잔 따라놓고는 맨 몸의 나를 쳐다보지 못하고 눈을 감은 채로 휘리릭 욕실로 도망치듯 들어가 버렸다.
술이 깬 것 같았다.
그 모습이 엄청 귀여웠다.
세인이랑은 또 달랐다.
술이 약해서 거의 마시지 않았던 탓도 있지만, 샤워를 하고 찬 음료를 마시니 정신이 확 들었다.
그리고 느껴지는 죄책감과 자책감.
뭔 꼴인가 싶었다.
친구의 여자였다.
마음이 있다고 모든 행동이 다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역시 섹스는 불꽃이다.
확하고 타오르지 않으면 되지 않는 일들이 세상엔 있다.
난 천천히 옷을 입었다.
만약 진영씨가 나온다면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진영씨는 나오지 않았다.
난 옷을 모두 챙겨입고, 진영씨의 방을 나왔다.
찰이 차서 로션을 바르지 않은 얼굴 피부가 말라가며 땡겼다.
후회가 생기지는 않았다.
카카오톡으로 진영씨에게 내가 나왔다는 것을 보냈는데, 보내고 십오초 정도가 지나자 바로 답 메세지가 떴다.
자기도 무서웠다고.
그래도 좋았다고.
가게로 돌아왔더니 호정이가 또 일어서서 책을 보고 있었다.
나를 보고 꾸벅 인사를 한 호정이가 어제의 일을 사과하면서 갈비찜이 맛있었다는 인사를 건냈다.
"어제, 내가 생각을 좀 해봤는데, 너 때문에 내가 깨달은 게 많아.
내가 너한테 돈을 주는 건 아닌 것 같아.
그게 너한테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네.
그래요.
괜찮다니까요." "그래도, 도움은 주고 싶어.
세인이랑 이야기를 해봤거든.
세인이가 그러더라고.
내가 네게 돈을 주는 것은 이상하지만, 이 치료를 도와주는 것은 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그래서, 난 네가 이를 치료하고, 내가 그걸 계산하는 방식이 제일 좋은 것 같은데, 넌 어떠니?" "사장님이 그러실 이유가 없으시잖아요.
세인이 언니랑 이야기를 하셨다니까, 저한테 이상한 욕심이 없으시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그러실 이유가 없으시잖아요.
진짜, 그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같은 운동을 하실 생각이세요? 전 제가 어지간히 성공하지 않으면 누굴 도울 여력이 없는데요." "그럼 그 때 시작해도 돼.
이번에 널 도와주려다가 생각을 한 게 있는데, 굳이 세 명을 시도해서 그 세명 중에 누군가가 또 세 명에게 그런 일을 시도하고 그런 방식이 아니어도 괜찮겠더라고.
평생을 두고 계속해서 시도하는 사람이 하나쯤 있어도 괜찮잖아.
넌 좋은 아이고, 처음이니 돈을 좀 써도 괜찮을 것 같지만, 고민을 하면, 돈이 많이 들지 않아도 도울 수 있는 일은 있을거야.
내가 무슨 차인표나 션도 아니고, 기부천사로 살아갈 생각은 없어.
너도 알잖아.
내가 남는 삼각김밥 가져다가 집에서 냉동해서 먹는 거.
그래도 결과적으로 기분좋게 살려면,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거든.
그러니까 이번은 그렇게 하자." 호정이는 그렇게 쓸 돈이 있으면 알바 시급이나 한 200원 인상해 달라고 농담을 했지만, 어쨌거나 기분좋게 치료비 지원을 받아들였다.
예전부터 생각을 한 것인데, 선물이란 받는 사람보다도 주는 사람에게 기쁜 일이다.
생돈을 쓰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100원, 200원에 벌벌 떠는 나란 사람에게는 의외의 일이다.
떨어진 물건들을 모두 채우고, 집으로 돌아와서 송현우의 신작무협 풍류무한을 읽기 시작했다.
읽어본 무협 중 베스트 삼위안에 드는 거시기의 작가여서 신간이 나오자 마자 빌렸는데, 일권을 모두 읽은 뒤 만족감이 있었다.
역시 재미있는 글을 보면 기분이 풀린다.
만족감에 2권을 집어드려는데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상아의 어머니였다.
거의 4개월만의 첫 통화였다.
상아가 떠나기 전만 해도 자주 통화를 하는 사이였는데, 상아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는 여간해서는 전화를 하기 힘들었다.
상아 어머니와는 상아밖에는 접점이 없어서 나와 통화를 하는 것은 상아 어머니에겐 바로 상아를 떠올리게 하는 일이고, 그것이 상처를 건드리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나선 거의 내 쪽에서 먼저 전화를 하는 경우는 없었다.
늦은 시간인데, 이 시간에 왜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전화를 받았다.
상아 어머니는 다급하셨다.
"삼촌, 나 상아 엄마야." "네.
잘 지내셨죠?" "응.
그런데 잠깐 와 줄 수 있어? 도무지 생각나는 사람이 삼촌밖에 없어서." "예? 무슨 일 있으세요?" "응, 그 우리 집 양반 때문에.
잠깐 와 줄 수 있어? 한 한시간이나 두 시간 정도면 될 것 같은데." "형님이 무슨 일 있으세요.
거기 어디세요?" "집이야.
좀 도와 줘." "잠깐만 기다리세요.
한 20분 정도면 갈 수 있을 거에요." 차를 가져가려다가, 술을 한 두 잔 한 게 기억이 나서 택시를 잡아타고 지족동의 상아네로 향했다.
상아가 세상을 떠난지도 벌써 3년이었다.
진짜 좋은 녀석이었는데...
난 택시를 타고 가면서, 문득 내가 그래도 그렇게 지저분하게만 세상을 살아온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상아는 내가 대학교 때부터 다니던 명은 특수아 어린이집의 원생이었다.
12살이 되면 나가야 하는 곳이라서, 상아는 12살이 되자 명은 어린이집을 나갔지만, 난 상아와 친해져서 상아가 세상을 떠난 열 다섯이 될 때까지 삼년을 더 만났었다.
나중엔 부종때문에 얼굴이 호빵같이 부풀었었는데도 난 그게 징그럽거나 하지 않았었다.
여섯 살 지능의 상아가 나를 보면 자꾸 아빠라고 부르면서 따라다니는 것도 좋았었다.
나눔에 인색하다고 생각했던 나였는데, 상아를 생각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아! 또 있었다.
난 식당같은 곳에 초컬릿을 팔러오는 할머니들을 외면해 본 적이 없다.
육교에 엎드려 있는 사람이 있으면 작은 돈이나마 무조건 돈을 놓고 갔다.
난 의외로 좋은 사람이었다.
스스로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뿐, 난 좋은 사람이었다.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 좋았다.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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